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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문]문화예술도시 대구, 광고와 스토리텔링
NO. 등록일 2020-06-16 ㅣ 조회 680

부산 해운대 지하철 역에서 눈에 띄는 광고를 보았다. ‘스토리가 있는 부산도시철도 / 해운대역’이란 제목으로 빨강과 파랑 짝을 이룬 포스터 형식의 광고. 그것은 선로에 떨어지는 승객을 막을 목적으로 설치된 스크린 도어에 실린 것이었다. 파란색 배경에는 “최치원이 쓰자 해운대가 되었다 / 이윽고 그는 바다가 되었고 / 구름이 되었다”라는 제목 옆에 최치원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고, 빨간색 배경에는 정화수를 놓고 선 신랑 신부 아래에 “아득한 옛날 / 장산국 / 물 한사발의 결혼식 / 임은 떠나도 / 사랑은 못 잊어 / 고씨할매 고수레!”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광고는 간결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하단의 작은 글씨까지 읽게 만들었다. 부산교통공사와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로고가 붙은 걸로 봐서는 이들이 낸 광고임에 틀림없으리라. 지하철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왜 같은 광고인데, 어떤 것은 다 읽게 되고, 어떤 것은 보기도 싫어질까?’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그 답은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심플한 디자인 때문에, 어떤 이는 눈에 띄는 컬러 때문에, 또 어떤 이는 부드러운 그림 때문에 등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광고가 ‘설득하려 들지 않아서’ 좋았다. 만약 이 광고가 해운대 지명이 생긴 이유와 최치원의 관계를 긴 사설로 늘어놓았거나, 고수레에 대한 기원부터 설명하려 빽빽하게 지면을 메웠다면, 이처럼 호감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입맛을 당기는 밥상처럼 글과 그림이 알맞게 차려졌기 때문에 작은 글씨까지 찾아 맛보려 선뜻 그 앞으로 다가가게 된 것이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의 지명 안내판을 생각해보았다. 흑백 패널 안에 설명하는 문장들로 가득한 안내판. 이들도 이처럼 간결하게 꾸미면 어떨까. 서울 교보문고에 내걸린 짧은 글귀에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그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대구 지하철에도 스토리가 살아 있는 대구 이야기를 간결한 카피와 맞춤한 디자인으로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으면 어떨까.

지난 10월, 컬러풀대구 축제 기간에 지하철 1호선은 ‘아트 지하철’을 운행했다. 지난해에 1칸 차량을 아트 열차로 꾸몄던 것이 호응을 얻자 올해는 차량 다섯 칸을 지역 작가 다섯 명의 작품으로 꾸몄다. 지하철이 문화 공간으로 꾸며진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설레어 했고, 아트 열차를 타보고 싶다고들 말했다.

 예술 작품은 사람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일상에 생기를 주고, 행복을 더한다.

대구 지하철 역사의 빈 공간들, TV화면 등을 활용하여 대구의 명소, 대구의 인물, 대구의 문화재 등을 소개하면 좋겠다. 대구 명소 곳곳에 설치된 입간판이나 패널, 벽화 등을 활용하여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은 홍보물을 꾸며도 좋겠다.

그러면 대구시민들이 대구를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문화예술도시 대구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부끄럽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 아닐까…….

언젠가부터 지자체들이 지역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용하고 있다. 앞다투어 지명 유래나 관련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관광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다. 1,2 만년 더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대구, 수세기 동안 영남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으며, 조선시대 경상도를 관할하던 경상감영이 있던 곳. 골목마다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

2013년 오늘 대구는 전통을 잇고 현대를 창조해가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뜨겁다. 우리가 가진 것을 얼마나 생생하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그 고민과 실천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 몫이다. 시민과 공공기관 등 모두가 뜻을 모을 일이다.

이경애 북에디터

                                                                                                이경애 북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