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설화와 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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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는 어머니를 위하여 백일기도를 드리는 지극한 정성에 감응한 산신령과 호랑이의 도움을 받아 약재를 구하여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효행 전설이다.



    시대 : -

    주소 : 부산광역시 금성동 죽전마을

 

 

옛날 산성리(山城里,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성동) 죽전마을에는 한 효자가 살고 있었다. 효자는 어머니를 위하여 백일기도를 드리는 지극한 정성에 감응한 산신령과 호랑이의 도움을 받아 약재를 구하여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효행 전설이다. 모래고개(북구 화명동)는 금정구 금성동 죽전마을에서 서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모래고개는 산성길을 확장하면서 절개하여 그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이 고개는 산성마을과 구포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구포장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모래고개는 마사(磨砂)로 이루어져 있으며, 울창한 숲이 우거져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구포장(龜浦場, 3일, 8일)에 갔다가 오면 호랑이가 모래를 펄펄 날려, 이 고개 부근에서는 사람들이 겁이 나 빠른 걸음으로 지나다녔다고 한다. 이 고개 바로 동쪽에는 20여 호의 죽전마을이 있었다. 마을 아래에는 금정산성 서문이 있고, 대천(大川)에는 세 개의 아치를 이룬 홍예수문(虹蜺水門)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도 크고 묵직한 돌을 쌓아 조성한 홍예수문은 말없이 낙동강을 지켜보고 있다.

 

바로 그 죽전마을에 홀어미와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살았다. 아들이 스무 살 되던 겨울에 어미가 병이 났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다 보니 변변한 약 한 첩도 쓸 수 없는 처지지만, 아들은 어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정성껏 했다. 그러나 어미의 병은 차도가 없었다. 마침내 아들은 추운 겨울인데도 새벽마다 정화수를 마당가에 차려놓고 백일기도를 시작하였다.

 

이렇게 기도하기를 백여 일이 되던 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마당가에 정화수를 차리고 전처럼 기도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백발노인이 백호를 타고 앉아서 청년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나는 이 고을의 산신령이다. 너의 효성이 지극하여 특별히 너에게 어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알려 주겠으니 똑똑히 들어라. 이 마을 아래 모래고개 위의 산꼭대기에는 무슨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약초가 있을 것이니, 그걸 캐서 네 어미에게 달여 먹이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라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들이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떠보니 자기가 정화수를 떠놓은 소반에 엎드려 잠이 깜박 든 것이었다. 아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꿈이 신기하여 이튿날 아침 날이 새자마자 눈 덮인 모래고개 위의 산꼭대기를 오르기 시작하였으나, 눈이 많이 쌓여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한 나절이 넘어서야 겨우 산 중턱까지 도달하였다.

 

그때 갑자기 큰 호랑이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서서 꼬리를 흔들며 자기의 등을 타라는 시늉을 했다. 아들이 자세히 보니 어젯밤 꿈속에서 본 그 호랑이였다. 산신령이 보내준 것이라 믿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니, 호랑이가 커다란 바위 아래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들은 호랑이의 등에서 내려 보니 겨울인데, 눈 속에 파란 약초가 나 있어 그것을 캐어 품으니 이번에도 또 호랑이가 자기가 태워줬던 곳까지 와서 그를 내려 주었다. 아들은 집으로 돌아와 캐어 약초를 달여 드리니 어미가 먹고 병이 나았다. 그 뒤 아들은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도 하고 마을 이장(里長)이 되어 어미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모래고개 호랑이와 효자의 설화는 치병, 이적, 효를 실천하는 사람에 대한 호랑이의 감동을 드러내는 설화로,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 분포한다. 겨울철에 딸기나 홍시를 먹고 싶어 하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길을 나선 효자에게 호랑이가 태워주거나, 호랑이와 함께 시묘살이를 하거나, 호랑이의 도움으로 장가를 가는 설화들이 있다. 이는 효를 인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던 시대에 효의 실천에 호랑이도 감동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