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자연과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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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들의 휴식처, 어린이대공원
  • 가족들의 휴식처, 어린이대공원

    어린이대공원은 성지곡 수원지가 있는 곳으로, 푸른 숲 사이로 난 길과 아름다운 벚꽃이 가족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시대 : 현대

    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초읍동 새싹로 295

 

지금은 수원지가 되어 그 계곡의 깊은 부분을 알 수 없지만, 일찍이 계곡으로 있을 때 그 경치는 천하절경이었다, 성지곡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쓴 이양훈의 표현이다.(『숨겨진 이야기 부산』, 사단법인부산컨벤션뷰로, 2006) 어린이대공원은 한때 부산시민의 마실 물을 제공하는 수원지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돌붙임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었고, 집수와 저수, 여과지로 향한 도수로 등이 거의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2008년 7월 3일 국가 문화재로 등록된 곳이다. 가족끼리 휴식을 즐기는 유원지이기도 했다. 원래 이름은 성지곡이란 골짜기였다. 조선중기까지 백양사 큰 사찰이 여기에 있었고 백양사 12암자 중 하나인 정수암이 이쪽 계곡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화도곡 계곡에 들어서 있었다. 화도곡은 봄철 복사꽃이 만발하면 그 떨어지는 꽃잎이 계곡에 흘러 이태백 시인이 선경을 묘사한 도화유수묘연거/ 별유천지비인간(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이란 구절을 연출했단다.

 수량 풍부한 계곡에는 석연지라는 큰 소가 있어 가을에 단풍이 붉은 홍장을 이뤘는데 언제부턴가 이 석연지가 가기소로 바뀌었다. 가기소는 한자로 노래 가(歌), 기생 기(妓), 못 소(沼), 노래하는 기생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곳이다. 그녀를 추모해 가기소로 불렀다는 이야기인데, 그 유래는 이렇다.

 이곳이 동평현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느 봄날 현감이 서생과 기생들을 거느리고 성지곡에 놀러 나와 석연지 위에 있는 큰 나무에 그네를 매달아 그네타기 대회를 펼쳤다. 흥겨운 노랫가락과 함께 누가 그네를 더 잘 타는지 큰 시합이 벌어졌다. 경쟁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이다. 그네를 구르던 한 기생의 발이 미끄러져 그만 석연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로부터 석연지를 가기소라 부르게 되었다.

 1970년 발간된 《동래부지》에도 동래에 있다고 한 여기담(女妓潭)이 이곳이라고 하였다.

 수원지가 들어서기 전, 지난세기 초까지 부산사람들이 봄을 찾던 화전놀이의 장소가 이곳이었던 셈이다. 계곡에 날리는 복사꽃에서 소에 떨어져 숨진 가기의 모습이 그려지기에 더욱 슬프지는 가기소다. 이곳은 조선시대 명풍수 성지대사가 천하제일의 명당이라고 지목한 곳이라 전해온다. 대사는 광해군 때 인물로 왕의 신임을 얻어 불탄 한양의 여러 궁궐과 궁터를 복원하였지만, 1623년 인조반정이 일어나 광해군이 쫓겨나자 반정공신들에 의해 처형되고 만다. 이후 명당의 명성은 그의 비명과 함께 사라진 게 아쉽지만, 어린이대공원에서 다시 만난 이곳의 명성은 무려 12개의 문학비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것은 1978년에 건립된 부산문단의 거목 요산 김정한의 문학비다. 놀이동산 쪽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화강암 바탕에 단편소설 《산거족》이 각석되었다.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본문의 구절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놀이동산 옆 수변공원에는 2005년에 세워진 시인 정상구의 시비도 있다.

 이곳이 그야말로 부산 시민의 꿈과 동심이 깃든 공간이며, 부산의 대표공원이다. 백양산 기슭에 자리 잡은 자그마치 498만530㎡ 면적에, 주변에는 상록 침엽수인 삼나무, 편백 등의 각종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그야말로 도심 속 자연 공원이다. 푸른 숲 울창한 녹담길을 지나 호수에 닿으면 드넓은 호수의 경관과 주변을 노니는 잉엇떼, 오릿떼를 볼 수 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잔디밭에는 휴식을 즐기기에도 좋지만, 어린이대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청소년문화오락시설을 갖춘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과 어린이과학교육의장인 어린이회관, 숲체험학습센터와 같은 교육시설이 들어서 있어 좋다. 주말이면 백양산 편백나무숲을 거닐며 산림욕을 하려고 하는 인파로 물들고, 아름다운 벚꽃길과 수원지의 푸른 숲이 시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휴식처가 된다. 그땐 피톤치드 때문일까, 어르신과 어린이의 경계가 무너진다. 숲이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