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작가노트
내 작품의 컨셉은 ‘삭힘’이다. 이 삭힘은 재료의 삭힘이고 작업 과정에서의 정서적 삭힘 행위의 표현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대한지파인아트로써
나의 작품의 가장 큰 차별성은 한지를 물감처럼 사용하는데 있다. 한지 물감화는 한지와 풀, 물을 적절히 배합하여 삭혀서(발효) 만들어진다.
충분히 잘 섞이고 풀어진(분자화) 상태에서 유화물감 못지않은 유연성과 자유 자재함이 나온다.
한지 물감은 단지 화학적 변형이나 한지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기능에 국한하지 않는다. 즉 한지 물감화는 내 작품 과정에서 일으키는 ‘삭힘의 미학’과도 직결된다.
잘 삭혀진 한지 물감은 궁극적으로 한국인의 한(恨), 특히 가부장제 한국 여성(모성)들이 한을 삭히는 행위처럼 나는 한지물감을 손으로 무심히 던지거나
펼쳐 다지기도 하면서 완성으로 가는 단계에서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두들김’과 ‘때림’을 반복해 음양각추상이미지를 도출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옛 어머니들이 빨래터에 앉아 방망이로 때리거나 옷감의 구김살을 펴고자 두들기던 다듬이질과 같은 맥락이다.
어머니들이 쌓인 한을 툴툴 털어내고 삭혀 새 힘을 얻던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 한의 삭힘을 통해 종국에는 깨달음을 얻어 생명(삶)을 잇고
더 나아가 성장시켜 생명 궁극의 본질인 하모니(음악)를 추구한 것이다.
- 출처 : 케이브이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