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설화와 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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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덕고개와 빼빼영감
  • 만덕고개와 빼빼영감

    산적들이 많아 여럿이 모여가야만 했던 옛날 만덕고개에서 동래상인들을 위기에서 구한 빼빼영감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시대 : 조선

    주소 :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2동 산143-2

 

옛날부터 동래부 관하에서는 최대의 도적 소굴로 소문난 험한 산길로 만등고개라고 부른 곳이 있었다. 이곳이 바로 만덕고개다. 만 사람이 무리 지어 올라가야 도적을 피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만덕고개는 옛날부터 장꾼들이 주로 지나다니는 고개였다. 오를 땐 숨이 차긴 해도 등에 진 물건과 새로 물건을 바꿔오거나 돈이라도 몇 푼 생기면 고된 줄도 모르고 올랐다. 이렇게 장꾼이 붐비는 만큼 고개 주변엔 도적 떼도 들끓었다. 특히 동래 사람이 구포장을 보러갈 때는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고개다. 여기에 전하는 이야기가 ‘만덕고개와 빼빼영감 이야기’이다.  동래 남문 밖에 사는 삿자리장수 영감이 어느날 구포장에 들렀다가 다른 장꾼들과 함께 만덕고개를 넘게 되었다. 항상 말이 없는 이 영감에 대해서 사람들은 홀아비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성도 이름도 몰랐던 까닭에 그저 빼빼영감이라 불렀다. 너무 여위고 피골이 상접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어느 장날이다. 지친 다리를 좀 쉬어보려고 만덕고개 아래 주막에 걸음을 멈췄다. 순간 갑자기 도적의 무리가 달려들었다. 서슬이 퍼런 도적들은 장꾼들을 한 사람씩 묶는다. 기세에 질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 장꾼들 앞에 괴수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위협한다.

  ″물건을 판돈과 가진 것을 모조리 내놓으라″

  이때 빼빼영감이 용감히 앞으로 나섰다. 그는 도적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여기 있는 장꾼들은 이 험한 고개를 넘나들면서 겨우 끼니나 이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이오. 아무리 도적질을 하고 산다지만 사람을 봐 가며 물건을 털어야 할 게 아니오?”

  도적들은 빼빼영감에게 달려들어 뭇매를 때리고 발길로 걷어찼다. 영감은 쓰러졌다. 주저하듯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영감은 벌떡 일어섰다. 도적들의 시선이 영감에게 모일 땐 이미 영감의 몸뚱이에 묶인 밧줄이 끊긴 뒤였다. 영감이 이놈 저놈을 공경하는 솜씨는 날쌘 비호와 같았다. 도적들은 하나둘 도망쳐 달아났고, 영감은 묶인 장꾼들을 풀어주었다. 이때 힘을 얻은 장꾼들은 다쳐서 달아나지 못한 도적들을 끌고 동래부로 가자고 했다. 그러자 영감은 손사래를 쳤다.

  “우리들에게 소득이 없는 일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겠소. 이제 도적질을 하지 않을 것이오. 자, 술이나 한잔하고 맙시다.”

  주모에게 술과 안주를 있는 대로 가져오라고 청했다. 그리고는 당부했다. 

  “여러분, 이 술은 제가 모두 사겠으니 마음껏 잡수시오. 대신 마을에 내려가거든 오늘 일어난 일은 절대로 말하지 말아주시오.”

  사흘 후, 장꾼 중 한 사람이 빼빼영감의 집을 찾았다. 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오자 나라에서는 빼빼영감이 비상한 힘을 가진 장사인 것을 알고 찾았으나, 행적을 알 길이 없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인(異人)설화라 한다. 비범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임란 이후, 고난을 겪던 민중들이 이인의 출현을 바라는 의식이 반영되면서 이 같은 이인설화가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