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인물과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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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유를 실천한 의사 장기려
  • 무소유를 실천한 의사 장기려

    장기려는 의사이자 교육자․사회사업가로, 무소유의 정신으로 평생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한국의 슈바이처다



    시대 : -

    주소 : 부산광역시 동구 영초윗길 48 더나눔

 

1938년, 이광수는 장편소설 『사랑』을 집필하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백인제(白麟濟) 교수가 근무하던 경성의전부속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이 소설에는 여주인공 석순옥과 청순한 애정 관계에 있는 남자 주인공으로, 차별없는 평등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이상적인 의사 안빈(安貧)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 남자 주인공 안빈을 장기려를 모델로 한 것이라 한다. 이광수가 이 병원의 입원 당시에 장기려는 백인제 교수의 제자로 경성의학전문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1911년 음력 8월 14일 평안북도 용천군 양하면 입암리에서 한학자이던 안동장씨 장운섭과 최윤경의 사이에 둘째 아들로 태어난다. 호가 성산(聖山)이다. 부친이 설립한 의성학교(義聖學校)를 거쳐 1928년에는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다가 1932년에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졸업한 그 해 외과계의 권위자 백인제 교수의 제자로 경성의전 외과학교실의 조수가 되었으며, 4월 9일에는 내과의사 김하식의 맏딸 김봉숙과 결혼하였다. 

 1940년 3월부터는 평양연합기독병원에서 근무하였으며, 1940년 9월에는 나고야(名古屋)대학에서 「충추염 및 충추복막염의 세균학적 연구」라는 연구논문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5년 11월부터는 평양도립병원․평양의과대학에서 근무하였다. 한국전쟁 때는 둘째 아들 장기용만 데리고 남하하였다가 1950년 12월 부산 제3육군병원에 근무하면서 용공 분자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이때부터 부산지역에 정착하면서 의료․사회봉사․후학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1951년 6월에는 영도구 남항동에서 천막병원을 차려 무료병원을 열었다. 1956년 10월에는 송도에 250평 규모로 복음병원을 지었다. 현재의 고신의료원이다.

1976년 6월까지 인술과 봉사와 박애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서울대학교, 부산대학교, 서울 카톨릭대학교의 의과대학 및 부산복음간호전문대학 등지에서도 후학을 양성하였다. 1959년 2월에는 간의 대량절개수술을 성공하였으며, 그 선구적 공로를 인정받아 1961년에는 대한의학협회의 학술상을 수상하였다.

1968년에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효시로, 소외계층에게 의료복지 혜택을 주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발족하였으며, 1975년에는 의료보험조합의 직영으로 청십자병원을 설립하고, 1976년에는 한국청십자사회복지회를 설립하였다.

지역사회봉사활동의 공로로 1979년에는 막사이사이 사회봉사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만성간질환자들의 모임인 부산장미회의 창설과 무료진료, 거제도 애광원 후원회장, 부산생명의 전화 개설, 한국장애자 재활협회 부산지부장 등의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 인도주의 실천 의사상, 국민훈장무궁화장을 받기도 하였다. 그는 치료비가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월급을 털어 주었으며, 가불이 금지되자 뒷문으로 도망치게 도와주기도 하였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신만 특권을 누릴 수 없다며 거절하였고, 제자들이 자신의 흉상을 제작할 때 화를 내기도 하였다 한다. 뇌졸중으로 오른쪽 절반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청진기를 놓지 않았다. 자신이 죽으면 장례식을 하지 말고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1995년 12월 숨을 거뒀다. 떠나는 날, 통장에 남아있던 천만 원마저도 간병인에게 선물로 줘 버리고 빈손으로 떠나갔다. 평생 집도 없이 병원 한구석 방에서 무소유를 실천하였다.

 모란공원에 세운 그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모든 것을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고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은 선량한 부산 시민, 의사, 크리스천, 이곳 모란공원에 잠들다″

1997년 7월에는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가 조직되어 노숙자, 외국인 근로자, 쪽방 무료 진료에 이어 청십자 무료 진료소를 부산에 개소하였으며, 2001년부터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의 해외 의료봉사도 하고 있다. 2004년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동창회에서 장기려 의도상(醫道賞)을 제정하였으며, 2012년에는 부산지역에서 청년장기려 의학상이 제정되었다. 간질환자 치료활동 단체인 장미회는 활동영역을 해외까지 넓히고 있으며, 장기려기념의료선교센터의 의사들은 가난한 이웃을 위한 무료 진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3년 4월에는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에 장기려기념관 ‘더나눔센터’가 개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