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가 부산에서 그 막을 열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 영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무대가 되었던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광장은 중구 남포동, 부평동 일원이고, 일대를 BIFF광장으로 명명하였다. 남포동이 극장가로 자리 잡게 된 것은 8.15해방 후부터 60년대에 이르러서다. 처음에는 한두 군데 생기더니 나중에는 20여 개소의 극장이 오늘날의 BIFF거리 일대에 들어섰다. 오늘날은 몇몇 극장들이 사라져 예전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마니아들의 천국이다. 이곳은 부산 최초의 극장 ’행좌‘가 들어선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의 중구 광복동 할매회국수집 자리의 극장 '행좌'에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상영될 무렵 '행좌' 가까운 곳의 '송정좌'도 있었다. 부산은 이들 두 극장에서 영화가 19일간, 환등(그림, 사진, 실물 따위에 강한 불빛을 비추어 그 반사광을 렌즈에 의해 확대해서 영사(映射)하는 조명 기구)이 15일간 각각 상영되면서 서구 신문화가 함께 소개됐다.(「부산영화 100년 야사」, 『미디어부산』, 2015.3. 통권101호 참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영화가 상영된 후 9년 만의 일이었으니 그 역사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를 계기로 극장가를 새롭게 단장하고 그 일대를 BIFF광장으로 조성하면서 영화의 거리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400여m 구간의 ‘스타의 거리’와 ‘영화제의 거리’ 바닥은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자의 손, 발을 찍은 동판과 참가작품의 이름을 새긴 동판으로 장식되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될 때마다 진행된 핸드프린팅 행사의 결과물이 이곳에 전시된 것이다. 광장은 언제나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과 배우와 감독들의 핸드프린팅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2014년 12월 현재]

 지금은 해운대 ‘영화의 전당’을 주 무대로 하여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남포동 극장가 일대에 형성된 BIFF광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그 열기는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젊음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일궜다. 현재 이곳은 영화와 쇼핑과 유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BIFF광장에 형성된 먹거리 행렬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들과 세계 각지의 음식들이 어우러져 수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밀집해 있는 진풍경을 이루고 있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음식가판대는 하나같이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BIFF의 상징적인 파라솔을 지붕으로 하고 있다. 우선 광장 중심에는 씨앗호떡부터 어묵, 순대, 만두, 유부주머니, 떡볶이를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BIFF광장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씨앗호떡‘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늘어선 줄이 끝이 없다. 유명 연예인도 극찬한 그 맛을 보기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이다. 줄이 길어도 호떡 만드는 걸 지켜보노라면 어느새 자신의 순서가 다가온다. 노릇노릇 구워진 호떡에 가위집을 내고 각종 견과류가 버무려진 특제 씨앗을 가득 채워 넣는 빠른 손놀림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고소한 견과류와 달콤한 설탕, 쫀득한 반죽이 조화를 이룬 씨앗호떡은 긴 줄을 기다린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100%원액을 자랑하는 사탕수수 쥬스는 갈증해소에 좋다. 영화를 보기 전 음료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옥수수, 고구마튀김, 번데기, 구운 밤, 회오리 감자, 꿀타래, 소시지, 닭꼬치, 과일꼬치 등도 영화를 볼 때 주전부리로, 거리구경을 할 때 요깃거리로 안성맞춤이다. 타코야끼나 현지인들이 직접 팔고 있는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 돈도르마(Dondorma), 터키 케밥은 그 나라에 가지 않고도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오늘날은 꼭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극장에 가지 않으면 영화를 접할 수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에게 극장의 의미가 더 컸을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낯설고 신기한 신문물이었다. 극장나들이는 극장을 구경하는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었다. 극장은 세련된 외관을 뽐내고 있었으며, 영화를 보러 들어가면 빨간 우단으로 감싼 의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낯선 풍경이 사람들을 맞이하였다. 이런 영화 나들이의 설렘과 추억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극장 주위의 주전부리 가게, BIFF광장의 먹거리 행렬이다.

 광장 인근의 ‘아리랑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먹자골목도 있다. 약 60m 구간에 좌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먹자골목에는 비빔당면, 충무김밥, 어묵꼬치 등을 팔고 있는데, 손님들은 가판대 주위로 늘어선 낮은 간이의자에 쪼그려 앉아 식사를 하면 된다. 한국전쟁이 터진 후 수많은 피난민들이 국제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하나둘 생긴 노점상을 상대로 간단하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팔기 시작하였다. 어찌 보면 불편할 수 있으나 긴 세월동안 부산사람들의 애환과 추억이 묻어있다. 영화라는 문화와 동고동락하며 부산사람들의 행복을 배가시켜준 BIFF광장의 먹거리들이 살아있는 우리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