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생활과 의식주

스토리텔링원형 > 생활과 의식주
  • 페이스북 공유하기버튼
  • 블로그 공유하기버튼
  • 트위터 공유하기버튼
  • 구름 같은 완당
  • 구름 같은 완당

    완당은 오직 부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얇은 만두피와 소,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매력이다



    시대 : 현대

    주소 : 부산광역시 서구 부용동1가 69-1

 

완당은 오직 부산에서만 맛 볼 수 있다는 이국적인 향토 음식이다. 그래서 혀의 미세한 감각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은 물론 부산을 찾는 이들에겐 꼭 부산에 가면 먹어봐야 하는 음식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당을 아직 맛보지 못한 부산 사람들도 많다. 그 역사가 대략 6,70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완당을 취급하는 음식점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완당의 가장 큰 특징인 얇은 완당피를 만드는 법과 육수의 맛을 내는 기술을 짧은 기간 내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럴 것이다. 완당은 두께가 3mm정도 되는 얇은 밀가루 피에 새끼손톱 크기의 소를 넣은 완당 알갱이를 시원하고 담백한 육수국물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그러니 완당은 숟가락으로 떠먹는다는 것 보다는 국수처럼 후루룩 넘긴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러운 완당 자락이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는 완당의 피가 바닥의 글씨가 보일 정도로 얇게 빚어져 마치 솜사탕이 입 속에서 녹아 목을 타고 술술 넘어갈 뿐만 아니라 완당 피에 싸여 있던 담백한 소가 혀를 매혹시키기 때문이다. 종잇장 같이 얇은 완당 피 덕분에 밀가루 음식 특유의 텁텁한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완당 맛을 처음 맛보고는 ‘씹는 재미가 없다’, ‘국물이 싱겁다’ 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강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약간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완당의 매력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완당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완당의 ‘매력’을 부드러운 만두피와 소, 그리고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라고 외친다. 완당은 숙취해소에도 좋고 그 부드러움으로 소화도 잘 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완당의 시초는 중국에서 흔히 아침식사로 먹는 만둣국의 일종인 ‘훈둔(餛飩)’에서 시작한다. 중국어로 ‘떡 혼, 무딜 둔’로 쓰는데, 중국 남방지역에서는 ‘윈툰(云呑)’이라 하고도 하고 광동지방이나 홍콩 지역에서는 ‘완탐’이라 불리던 것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완탕(ワンタン)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것을 1대 창업자 이은줄이 우리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 완당의 시작이라 한다. 그러나 국물 위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을 닮았다고 하여 ‘운당’으로도 불린 것이 부산으로 건너와 ‘완당’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중국과 일본의 완당은 부산의 완당과 다르다. 일본식 완탕은 닭고기로 진한 육수 맛을 내지만, 부산의 완당은 시원한 국물 맛을 선호하는 부산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렸으며, 완당피도 일본식보다 훨씬 얇다. 또한 속을 꽉 채운 중국식과는 달리, 밀가루피만 보이듯 속을 적게 채워 맛이 훨씬 깔끔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이것이 바로 ‘부산 맛’ 완당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래음식이지만 토속적으로 변형시킨 완당을 좋아한다.  1947년에 창업한 원조 ‘18번 완당집’은 우리나라 완당집의 원조이다. 해방과 함께 부산에 귀국한 이은출이 일본식당에서 배워온 완당을 보수동 검정다리 (현, 흑교) 부근에서 포장마차를 개업하면서 부산 완당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8번’이라는 이름은 흔히 가장 잘 부는 노래를 18번이라고 하듯이 완당을 가장 잘 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 한다. 현재 원조 ‘18번 완당집’에서는 고유의 맛을 보전하고자 모든 완당재료를 자체 자동화시설을 갖추어 생산하고 있으며 상표등록, 서비스등록 등 각종 특허 출원을 해놓고 2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