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생활과 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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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부산대표 음식, 조방낙지
  • 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부산대표 음식, 조방낙지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조선방직 부근에서 시작된 향토 음식이다.



    시대 : -

    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천동 골드테마길 12

 

 

조방낙지는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조선방직 부근에서 시작된 향토 음식으로 방직공장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부산 특유의 낙지볶음을 의미한다. 일명 ‘조방낙지’로 알려진 매콤한 낙지볶음 요리는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있던 조선방직 앞, 즉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 유래하였다. '조방'이라함은 지금의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자유시장 부근 일대에 있던 조선방직주식회사(朝鮮紡織株式會社, 이하 조선방식)을 줄여서 불렀던 명칭이다. 조선방직은 1917년 11월 일제가 우리나라 목화의 재배와 매매 및 면사방직과 판매에 대한 영리를 목적으로 세운 방직공장이다.

 

당시 조선방직에 다니던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교활한 학대와 일본인들 보다 더 악질적으로 같은 민족을 학대한 동족들의 만행이 심했다고 한다. 식민지 노동자의 값싼 임금에 기초를 둔 이 방직공장은 가혹한 노동환경과 폭압적인 노조관리와 함께 14시간의 노동을 시켰다. 힘겨웠던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공장 문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자투리 광목 원단을 몰래 훔쳐 나갈까봐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자투리 원단은 일본인 아래서 일하는 조선인 간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만약 들키면 무자비한 몽둥이세례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이렇게 고단한 삶속에 이들을 위로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정문 앞에 있는 낙지볶음집 이었다. 퇴근 후 들러 낙지볶음과 함께 술 한 잔하며 스트레스를 풀던 곳이었는데, 이것이 후일 '조방낙지'의 원조가 되었다. 그야말로 눈물 젖은 낙지가 아닌가? 지금은 부산진구 범천동 평화시장과 자유시장 주변에 조방낙지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낙지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1814)』에는 낙지를 한자어로 낙제어(絡蹄魚)로 쓰고 있다. 얽힌(絡) 발(蹄)을 지닌 물고기[魚]라는 뜻이다. 8개나 되는 발이 어지럽게 얽힌 낙지의 특성을 적절하게 포착한 작명이다. 낙지는 맛이 달콤해 회나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했다. 강장 작용에 좋은 타우린과 히스티딘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농가에서 농사일로 탈진한 소의 원기 회복을 위해 먹일 정도였다.

 

조방낙지 볶음의 시작은 1963년 문을 열어 3대째 이어 오는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의 ‘원조 낙지볶음 할매집’으로 알려져 있다. 낙지볶음은 당시 단골로 오던 조선방직과 인근의 도시 노동자들에게 색다른 안주로 낙지를 삶아 제공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낙지 숙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양념을 해 달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고춧가루 양념을 더해 내놓은 것이 지금의 부산 특유의 매운 낙지볶음이 되었다.

 

이른바 조방낙지 볶음이 알려지면서 낙지볶음 음식점이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지역에 줄지어 들어섰고, 1990년대에는 낙지볶음 골목으로 전국에 명성을 떨칠 정도가 되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식당을 하던 사람들이 부산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고 네댓 집이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낙지,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 낙곱새(낙지·곱창·새우) 등의 차림이 일반화되어 있다.

 

테이블마다 각각 버너가 마련되고 있고 프라이팬에 양파, 대파를 바닥에 깔고 낙지를 얹는다. 그 위에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양념장과 다진 마늘을 올리고 해산물로 우려낸 육수를 자박자박할 정도로 넣어 강한 불에 끓인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육수를 더 넣고 약한 불에 은근히 끓이면서 저어 준다. 강한 불에서 먼저 익은 채소의 맛이 낙지에 스며들면서 알맞게 간이 밴다. 부산에서는 낙지를 볶을 때 육수를 사용하고, 양념장에도 낙지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국물 맛이 걸쭉해지지만, 고춧가루만 넣으면 국물 맛이 담백하고 깨끗해 낙지 특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부산 조방낙지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해 낙지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육수를 만들 때 다양한 해산물을 아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짙고 깊은 맛을 내는 게 부산 낙지요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육수의 재료로 새우, 조개, 멸치 등 수산물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타 지역과 차별화된 특유의 조리법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