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문화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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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갖가지 골동품을 파는 구덕골 문화장터
  • 갖가지 골동품을 파는 구덕골 문화장터

    구덕골 문화장터는 갖가지 골동품을 파는 곳으로, 매주말마다 구덕 공설운동장 옆 담벼락에서 열린다



    시대 : 현대

    주소 : 부산광역시 서구 엄광산로40번길 서대신 4 동

 

부산의 작은 인사동거리가 있다. 매주 토, 일요일이 되면 구덕운동장 담벼락 밑으로 우리의 전통 민속품, 고미술품, 옛날 생활용품, 고서 등을 사고팔며 구경할 수 있는 장터가 열린다. 바로 부산 유일의 옛 물건을 사고파는 정기 시장, 구덕골 문화장터이다. 이곳은 일반 시민들과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나누고자하는 뜻있는 고미술협회 회원 여럿이 모여 지난 1999년 5월 30일 처음 개장하였다. 장터는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부산고미술협회 회원들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골동품들을 이곳에 진열하여 시민들에게 관람시키고 있다. 고미술협회 회원들 외에도 각지의 거리화가, 엿장수 등 옛 것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도 함께 장터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매주 토, 일요일이면 이곳에서 조상들의 얼이 담긴 옛 물건들을 만날 수 있고 어떨 때는 흥겨운 풍물소리와 전통놀이도 접할 수 있다.


 선사시대 유물에서부터 실생활에 쓰였던 근대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수 만점이 이곳에 진열되어 있다. 판매하시는 분들은 거의 연세가 많이 든 어르신들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구덕골 문화장터를 걷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장터에는 옛 시절 선대가 사용하던 온갖 잡동사니가 총망라 되어 있다. 거리에 진열된 물건들은 각각 다른 시대상을 품고, 종류도 각양각색이라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청자, 백자, 토기 등 도자기류는 기본이고, 동양화, 민화, 서예 등 서화류, 문집, 서화집, 언문집 등 고서적류, 붓, 연적, 벼루 등 문방구류, 칠기, 교자상, 서각 등 목공예품, 석상, 석불, 돌절구 등의 석공예품, 먹통, 먹줄 등 고건축용품, 한옥 방 문살을 이용한 탁자와 마루목으로 만든 평상 등의 민속 공예품 등등 평소 접하기 힘든 옛 시대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이 외에도 오래된 회전의자, 보석함, 한국전쟁 당시 사용하던 화약통, 군불 지필 때 사용하던 풍로, 떡살, 놋그릇, 풍경, 60~70년대 히트한 배호, 김정호 등의 유명가수의 LP판, 그 시절의 초등, 중등학교의 교과서류를 비롯하여 교환 전화기, 진공관 라디오 등 근대 가전류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사용했던 손때 묻은 근대물품들이 수두룩하다. 때문에 구덕골 문화장터는 역사학자들이 옛 시대상을 파악하고 자녀들의 근대역사학습장소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장터는 서서 오래 구경하고 만져보아도 누구하나 무어라하는 사람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신기한 물품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터이다. 지금은 먹고 살만한 세상이다 보니, 못 입고 못 먹던 그때 그 시절,  60년대 보릿고개의 향취를 느끼다보면 문득 눈물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규모의 장터이지만 주말을 이용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필요한 물품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옛 추억도 만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바로 구덕골 문화장터이다. 천원짜리 고서적부터 수백만 원대의 청자, 백자까지 팔고 있다. 물건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또 말만 잘하면 몇 만원도 깎을 수 있으니 흥정하기 나름이다. 명품 오디오 세트를 줍다시피 샀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건졌다, 희귀 서적을 1천원에 샀다 등 재미나고 훈훈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골동품 더미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하는 좋은 안목만 있으면 보물섬이 따로 없는 것이다.


 옛날 우리의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오랜만에 이웃의 소식을 듣고 놀이를 벌여 흥을 돋우는 열린 문화 공간이었으나 도시화가 되면서 전통적인 장터가 많이 사라져버렸다. 때문에 전통을 지키고 있는 구덕골문화장터는 도심 속에서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고 조상들의 손때 묻은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매우 값진 곳이다. 그런데 처음 개장 당시에는 대략 60~100여명의 상인들이 있었으나 그 수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20여명 남짓 장터를 지키고 있다. 찾는 시민들이 줄어들면서 상인들도 조금씩 줄어든 것이다. 구덕골 문화장터에 서린 우리 전통문화와 역사를 직접 느껴보고 누군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길 기다리는 옛 물건에 새로운 사연과 인연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한가로운 주말 구덕골을 찾아 우리들의 묵은 옛이야기를 보고 느끼는 여유를 즐긴다면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