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문화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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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의 터를 다지는 노동요, 구덕망께터다지기
  • 건물의 터를 다지는 노동요, 구덕망께터다지기

    구덕망께터다지기는 전통 건축에서 터를 다지는 도구인 망께와 작업 과정의 원형을 지니고 있어 민속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으며, 망께소리 역시 부산지역 노동요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무형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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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의 망께 터다지기는 전통건축에서 큰 건물이나 집을 지을 곳의 터를 다지던 작업을 말한다. 옛날 지금의 부산광역시 서구 대신동 지역에서 망께를 이용해 터다지기 작업을 하면서 노동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 망께질 과정을 놀이로 구성한 것이 구덕망께터다지기이다. 이때 부르는 노동요가 망께 소리다.

 

‘망께’는 일반적으로 ‘달고(達古)’라 부르는 것으로, 넓적한 돌 또는 쇳덩이를 4∼5개의 손잡이나 줄에 매달아 만드는데, 대신동 지역에서는 주로 넓적한 돌도 만든 망께를 사용한다. 망께는 집터를 다지는 작은 망께와 주춧돌을 놓을 자리를 다지는 큰 망께가 있다. 터를 다질 때는 망께 손잡이나 줄을 여럿이 함께 끌어올렸다가 갑자기 놓게 되는데, 그것이 떨어져 지면에 부딪히면서 지반이 단단하게 된다. 이때 일의 능률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망께 소리를 부른다. 그리고 망께 돌은 동·서·남·북·중앙 다섯 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섯 개가 사용되는 경우에는 오방을 고루 다지며, 방위를 수호하는 신인 오방지신을 눌러 집터를 잘 다진다는 뜻과 오방잡귀를 몰아내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염원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구덕망께터다지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678년(신라 문무왕 18)에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창건한 범어사나 동래부 동헌과 다대포 객사 등 큰 건물을 지을 때 지반을 다지기 위해 망께질이 있었다는 기록에서 보듯 망께로 터를 다지는 작업과 그에 따르는 노동요는 집짓기의 역사와 때를 같이하므로 그 전통이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근래에 와서는 1942년 서구 토성동의 경남중학교를 지을 때와 1956년 동대신동의 경남고등학교를 건립할 때에 망께로 터를 다지면서 망께 소리를 부르는 것을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많이 있다.

 

지금이야 토건기술이 발달로 모두가 기계화되어 실제로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구덕 망께 터다지기를 찾아볼 수 없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차량 출입이 어려운 고지대의 주택 건축현장에서는 일꾼들이 망께질 하는 모습을 간혹 볼 수는 있었다.

그러던 중 부산구덕민속예술보존협회의 몇몇 관심 있는 사람들이 1983년부터 자료 발굴을 시작하여 10여 년의 노력 끝에 1994년 시연회를 가진 후 구덕망께터다지기는 지금까지 민속놀이로서 전승되고 있다. 이후 민속 연희로 발전시켜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었다.

 

구덕망께터다지기의 구성은 먼저 풍수의 ‘터잡이’와 목수들의 개기제(開基祭)인 ‘텃제’를 지낸 후 본격적인 작업인 ‘가래질’과 ‘망께질’을 하면서 ‘뒷풀이’ 소리가 이어진다. 이때 선소리꾼이 2음보 단위의 앞소리를 메기면 망께꾼들은 2음보 후렴인 ‘어여차 가래야’ 또는 ‘여여차 망께야’로 받는다.

 

“여여차 망께야/ 이집터전을 바라보세/ 남산은 봉이로다/ 주산은 당산이라/ 갑산은 지자로다/ 여산은 도읍이로다/ 천간은 착하시니/ 하늘이 생기시고/ 지복이 착하시니/ 땅이 생기시고/ 인오에 술상하니/ 사람이 생기셨네/ 그때 그시절에/ 동방문이 열리시고/ 그때 그시절에/ 서방문이 열리셨네”-큰 망께 소리 부분

“이망께가 뉘망껜고/ 여러분의 망께로다/ 천깨망께는 공중에 놀고/ 우리네 망께꾼들은/ 소리맞춰 잘도한다/ 다져주소 다져주소/ 동방지신을 다져주소/ 다져주소 다져주소/ 서방지신을 다져주소” -작은 망께 소리 부분

 

망께 소리의 특이한 점은 망께의 크기에 따라 큰 망께질와 작은 망께질로 구분되게 소리한다. 가사는 대체로 명산대천의 정기가 뻗어 내린 터에 집터를 다져 훌륭한 재목으로 집을 지어놓으면 천년만년 눌러주고 충효에 철저한 자손이 만대에 번창하고 부귀 다남하여 영화를 누리게 되리라는 길조를 예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뒤풀이로 망께질을 마친 목수와 망께꾼들에게 주인이 술과 안주를 내놓고 술을 마신 후 모구 함께 ‘쾌지나 칭칭나네’를 부르며 덧뵈기춤을 추면서 마친다.

 

구덕망께터다지기는 부산구덕민속예술보존협회를 중심으로 전승·보존되고 있으며 손복동, 하정규, 하준섭, 김귀엽 등이 보유자로 있다. 구덕망께터다지기는 전통 건축에서 터를 다지는 도구인 망께와 작업 과정의 원형을 지니고 있어 민속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으며, 망께소리 역시 부산지역 노동요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무형문화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