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문화와 예술

스토리텔링원형 > 문화와 예술
  • 페이스북 공유하기버튼
  • 블로그 공유하기버튼
  • 트위터 공유하기버튼
  • 단오굿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기장의 동해안 별신굿
  • 단오굿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기장의 동해안 별신굿

    기장의 동해안 별신굿은 마을 수호신에게 굿을 올려 풍요를 기원하고 화합의 장을 펼치는 전통연희로, 강릉 단오굿의 원형으로 평가 받는다



    시대 : 현대

    주소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강원도의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유구한 지역문화를 자랑하고 단오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기 위한 지자체 강릉이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에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가 바로 동해안 별신굿의 고장, 부산사람들이다. 강릉단오제의 핵심인 단오굿이 부산 기장의 무형문화재 82호 동해안풍어제 별신굿과 같다. 강릉단오제는 세 가지 행사로 구성되는데 민속놀이, 난장, 단오굿거리이다. 이 중 유네스코가 높이 평가한 단오굿은 단오제의 꽃으로 총 19석에 30여 거리를 펼치는데, 18석이 부산의 동해안풍어제 별신굿과 같다. 흔히 강릉단오굿판에서 이상하게 여기는 점은 무당들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바로 강릉단오굿을 일으킨 이들이 바로 동해안 별신굿으로부터 배워간 이들이기 때문이다.


동해안 별신굿은 부산에서부터 강원도 고성군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분포하고 있는 자연 부락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어민들이 풍어와 안전을 비는 마을굿이다. 마을 전체를 위한 굿이므로, 어업이나 농업을 위한 자연에 대한 기원, 각 개인들의 건강, 장수, 사업 번창의 기원, 마을 사람들의 화합 등 마을 전체의 모든 것을 함께 기원한다. 굿의 신이 마을을 수호하는 골매기 서낭신이므로 골매기 당제라고도 한다. 수호신을 대개 ‘골매기’ 혹은 ‘골매기신’이라 부른다. 골매기신은 그 마을에 제일 먼저 정착하여 살게 된 조상을 말하므로 대개는 부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자는 ‘골매기 할배’가 되고, 여자인 경우에는 ‘골매기 할매’가 된다. 마을에 따라서는 셋 이상인 경우도 있다. 동해안 지역의 별신굿을 맡아 사제(司祭)해 주는 사제무(司祭巫)들은 신이 내려서 된 강신무당이 아닌 특정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면서 무업(巫業)을 승계하며 어릴 때부터 가무(歌舞)와 악기, 사제기술을 익힌 세습무당들이다.


 동해안 지역은 마을에서 마을로 별신굿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명에 가까운 사제무 일행들이 한동안은 단체 활동을 하게 되고, 금줄이 그들을 지휘한다. 금줄은 사제무 일행의 대표자 격이며 마을과의 굿 계약도 금줄이 하고 소득에 대한 분배도 금줄이 한다. 신에게 드리는 제사이지만 일정한 어느 특정 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을 동제당의 당신(堂神)을 비롯하여 여러 존신(尊神)을 같이 모시는 것이 특징이다. 「달넘기 춤」,「뫼산자 춤」,「등춤」등 춤이 다양하고, 굿 중간에 외설적인 재담과 민요조의 노랫가락 등으로 연희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규모가 크고 오락성이 짙어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 민중 연희적 성격이 강하다보니 행사를 하는 마을은 축제분위기로 들떠 있고, 굿청은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노는 놀이판의 성격을 띤다. 굿이 진행되는 중간에 '노름굿'이라고 하여 마을 청년들과 무녀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굿거리도 삽입된다. 무가의 내용이 풍부하고 무악(巫樂)도 세련되어 있다.〈심청〉/〈당금아기〉등의 서사무가는 관중들의 흥미를 고조시키고 〈도둑잡기〉/〈도리강관원놀이〉/〈거리굿〉등의 굿놀이는 재미있는 연극으로서 관중을 열광하게 한다.


 동해안 별신굿은 요즘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굿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굿을 하는 비용을 대기 어려워 3년에 한번 하던 것이 5년에 한번 하는 식으로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동해안 세습무 집단 가운데 하나인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와 단오보존회에서 전승, 보존하고 있다. 1985년 2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로 지정되었으며, 기능보유자는 무악 김석출(金石出), 무창 김유선(金有善), 장구 김용택(金用澤)· 제갈태오(諸葛泰伍), 무녀 김영희(金英熙) 등이다. 이들 기능보유자들의 집단이 부산에서 경상북도에 이르는 지역의 별신굿을 맡아 하고 있고, 경상북도에서 고성에 이르는 지역은 단오보존회에 속한 무녀들이 별신굿을 맡아 하고 있다.


  부산지방을 아우르는 동해안 일대의 별신굿은 김석출 일가가 맡는다. 무녀들은 굿을 하고 양중(남자, 화랭이)은 무악으로 바라지를 한다. 이들은 부부이고 가족인 혈연관계로 친족집단을 형성하면서 부계 혈통중심으로 무업을 세습해온 지 어언 150년 가까이 된다. 그래서 부산경남의 굿하면 ‘김석출’이다. 태평소(쇄납)산조 명인이며 지화제작의 일인자인 김석출 일가가 굿청을 벌이면 구수한 좌담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푸너리춤과 거무춤, 어포춤에 흥이 겨워 동네 노인들은 밤낮을 잊고 굿청에서 살다시피 한다.


 마을에 따라 굿을 하는 굿당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해변의 모래밭이나 마을의 빈터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굿당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 해안을 끼고 있으므로, 마을 중심부에 바다를 바라보는 해안의 백사장에 만들어진다.


 제상을 등지고 관중을 향하여 무당이 앉으면 반주자가 무녀 앞에 앉고 굿이 시작된다. 마을의 임원들은 측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무녀의 요구를 들어 시행한다. 그 나머지 자리는 모두 마을사람들이 앉게 된다. 부정굿, 일월맞이굿(세존굿), 당맞이굿, 골맥이굿, 성주굿, 마당밟이, 화해굿, 조상굿, 천왕굿, 군웅굿, 심청굿, 손님굿, 계면굿, 용왕굿, 탈놀음굿, 거리굿 등 16종의 동해안 별신굿이 시작된다.


 제물과 제상은 마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르고 진설방법이나 제물의 종류도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냥 제사상의 모양만 갖추면 된다. 제수는 여름철 수박도 쓰이고 오징어도 쓰인다. 굿청 밖에는 차일에 대어 신기(神旗)와 신간(神竿)을 세우고 무구로 부채, 신 칼, 손님대, 놋동이, 수건, 신대 등을 준비한다.


 지화(紙花)는 특히 흥미롭다. 오색종이로 만들어 굿상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저승길 노잣돈도 세뱃돈처럼 빳빳하면 받는 이도 기분이 좋지 않을 리는 없을 게다. 종이꽃을 들고 무녀가 춤을 추며 나오면 꽃노래거리가 시작된다. 대개 살재비, 국화, 목단, 연꽃, 작약화 등이 쓰인다.
 기장 동해안 별신굿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무악(巫樂)의 수준도 높고,무가(巫歌)가 세련되고 내용이 풍부하다. 다양한 춤과 익살스러운 재담이 많아 놀이적 특성이 강하다.